
호텔 아노에틱
Hotel Anoetic
위치는 반대였다. 한남동에서도 지나가는 사람의 눈에 잘 걸리는 자리다. 노출이 좋은 만큼 외관에서 승부를 봐야 했다.

한남동의 쇼룸은 대부분 모노톤이다. 흰 벽, 회색 콘크리트, 절제된 조명. 그 사이에서 무조건 눈에 띄도록 색을 썼다. 빨간 차양과 빨간 문, 민트색 창틀과 가구, 짙은 원목 바닥.




색의 방향은 브랜드에서 가져왔다. 아노에틱은 컨템포러리 클래식을 표방하는 패션 브랜드다. 그래서 컨셉을 프렌치 클래식으로 잡았다. 그리고 공간에 정체성을 하나 부여했다. 호텔이다. 간판도 '호텔 아노에틱'으로 걸었다. 이후의 디자인 요소는 전부 호텔이라는 장르 안에서 풀었다.


문을 열면 침대가 먼저 보인다. 들어서자마자 호텔이라는 설정이 읽히도록 입구 쪽에 침대를 두고, 그 위에 가방과 원피스, 꽃다발을 세팅했다.


카운터 뒤에는 오래된 호텔의 열쇠함에서 착안한 백카운터를 짰다. 칸칸이 나뉜 열쇠함에 열쇠 대신 향수를 진열했다. 상단에는 LOBBY 사인과 check-in, check-out을 새겼다. 옷을 거는 행거는 벨보이 카트에서 가져왔다. 황동 프레임 아래 붉은 카펫을 깐 카트 형태다. 벽에는 호텔 워드로브를 연상시키는 민트색 붙박이장을 넣었다. 구역마다 HOTEL LOBBY, WARDROBE, FITTING ROOM 같은 안내판을 달았다.
“옷을 파는 호텔.”

가장 아래층은 지하다. 깊숙이 내려가는 공간이라 배의 선실을 모티브로 삼았다. 둥근 거울을 걸고, 극도로 좁은 면적을 선실처럼 쾌적하고 아름답게 정리했다.

바깥에는 정류장 표지판을 세웠다. 파란 정류장 표지판에 'WALKING STOP'이라고 적었다. 걸어서 오는 손님이 내리는 정류장이다. 표지판 앞에는 옛날 정류장에서 보던 빨간 플라스틱 벤치를 놓았다.


오픈 당일부터 인플루언서가 몰렸다. 한남동 핫플이 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좁고 낡은 4단짜리 건물에 호텔이라는 설정 하나를 세웠다. 침대, 열쇠함, 벨보이 카트, 선실, 정류장까지. 모든 디테일이 그 설정에서 나왔다.





No.0013 호텔 아노에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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